스토리1
강..
빨간 레몬
2006. 12. 12. 13:00
강..
강
나는 나를 죽였다.
비 오는 날 새벽
솜바지 저고리를 입힌 채
나는 나의 학대받는 육신을 강가에로 내몰았다.
솜옷이 궂은비에 배어
가랭이 사이로 물이 흐르도록
육신은 비겁하게 항복을 하지 않았다.
물팡개치는 홍수 속으로
물귀신 같이 휩쓸려
그제사 그대로 물넝울처럼
물결에 쓰러져 버리더라.
둥둥 떠내려 가는 시체 물 속에
주먹 같은 빗발이 학살처럼
등허리를 까뭉갠다.
이제 통쾌하게
뉘우침은 사람을 죽였다.
그러나 너무 얌전하게 나는 나를 죽였다.
가느다란 모가지를
심줄만 남은 두 손으로 꽉 졸라맸더니
개구리처럼 삐걱 ! 소리를 내며
혀를 묻어 내놓더라.
강물은 통쾌하게 사람을 죽였다.
Gravy Train - Staircase To The Day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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